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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의 베이징리포트]폭력과 AI, 그리고 중국 인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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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26 09:27 조회 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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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중국 베이징의 한 매장에서 음성 번역기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직원은 ‘아이플라이텍’ 제품을 건네면서 “중국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아이플라이텍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과 이미지 식별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기업이다. 표준 중국어와 광둥어·오어·민어·쓰촨방언 등 중국에서 사용되는 5개 언어를 30여가지 외국어로 변환하면서 자막까지 만들어주는 기능을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아이플라이텍은 2019년 다른 중국 기관·통신장비 업체 27곳과 함께 미국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AI 이미지 판독 기술로 신장위구르 지역 무슬림 주민 인권 탄압을 지원한 혐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전쟁 와중 단행된 제재였다. 류칭펑 아이플라이텍 최고경영자는 제재를 뚫고 “중화민족 부흥에 필요한 소프트파워”를 갖추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관영매체 등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정보만 접한다면 신장의 위구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임의적 구금·고문·감시 등의 인권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2000~2010년대 중국을 불안하게 했던 폭력 소요와 테러, 그리고 국가권력이 응당한 대응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이플라이텍의 놀라운 성공 바탕에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수집한 감시 데이터가 있다면 여전히 자랑일까’라는 논쟁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중국은 위구르 젊은이에게 중국어 교육을 강화해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드라마 등을 통해 위구르 주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안정’을 되찾은 신장은 중국 주류 사회가 꿈꾸는 ‘아름답고 무해한’ 여행지가 됐다.
소위 ‘테러리스트’ 식별에 사용되던 AI 안면인식 기술은 현재 중국 전역에서 은행 앱 로그인, 아파트 공동현관문 출입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휴대전화 개통 시 반드시 안면인식을 해야 하는 법령도 생겼다. AI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생활 침해나 노인·장애인의 소외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뤄지며 조금씩 법령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AI가 군사·경찰 기술에 오용될 수 있다는 주제만큼은 금기마냥 공식 토론의 장에서 보기 어렵다.
AI가 ‘문제적 소수집단’을 식별하며 발달해 온 것은 중국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전부터 가자·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감시하기 위해 AI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 경찰도 지난 5년간 77만건의 얼굴을 스캔했으며 대체로 아랍계 주민들이 대상이었다.
이스라엘은 AI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이란 군 장성과 핵 과학자가 사는 아파트를 미사일로 정확하게 타격했고, 아파트가 무너지며 수많은 민간인들이 함께 숨졌다. 중국이 전쟁 중단을 호소하는 동안 위구르 제재에 동참해 온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수많은 죽음 앞에서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고 말하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이 우리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서방 인권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인권 문제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논평이 한층 더 답답해질 것 같다.
위구르 학자 숀 로버츠는 위구르 문제는 중국 ‘시진핑 체제’의 권위주의만이 아니라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명목으로 벌어진 “국제 규범을 무너뜨리려는 병폐”도 반영돼 있다고 했다. “아름답고 무해한 신장”과 자국 AI 기술에 자부심을 느끼는 중국 여론이 일정 정보통제의 결과라면, 자유롭게 정보가 유통되는 사회에서 사람 죽이는 AI에 대한 열광과 증오의 연쇄는 대체 무엇의 결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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