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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의 다른 시선들]‘분열은 무능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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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06 16:01 조회 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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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의 몰락이 언제부터 시작됐냐고 묻는다면 2022년 1월7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윤석열 당시 후보가 아무런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올린 날이다.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서였다는데, 여성가족부가 사라지면 이들이 어떤 구체적 실익을 얻을지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젠더 갈등 프레임을 자극해 표를 모으기 위해서 정부 내 성평등 추진체계를 없애버리자고 선언한 것이다. 소수자 혐오에 기반해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3년 뒤 자멸했다. 그를 파면시킨 광장의 주역은 그가 배제한 여성과 소수자였다.
우스운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너도나도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여성혐오’를 입에 올렸다는 점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상대 후보의 가족을 검증하겠다며 여성에 대한 가학적 성폭력을 TV토론에서 묘사하면서 “이것은 여성혐오냐”라고 물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동자 출신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를 거론하며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와서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고학력 엘리트 중년 남성 특유의 허위의식이 가득한 이 발언 자체도 듣기가 괴로웠는데,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갑자기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코멘트를 앞다퉈 내놓을 때는 조금 결이 다른 모욕감이 느껴졌다. 3년 전 대선에서 성별 갈라치기를 집권 전략으로 삼았던 정당이, 그와 같은 전략은 여성혐오를 부채질하는 것이라는 비판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으면서, 상대편을 공격할 만한 소재로만 여성을 동원하는 모습이. 그 와중에도 김문수 후보는 “출산지원금 1억원을 아이 낳자마자 통장에 입금시켜 주려고 했는데 혹시 엄마가 주식에 넣었다가 다 털어먹고 이러면 애 못 키운다”고 말했다.
차별과 혐오 공격은 한 집단만을 향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 기간에 혐오와 갈라치기의 제물이 된 것은 중국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 선거개입설을 주장했을 때부터 예고된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김문수 후보는 중국인들이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된 일 등을 거론하며 중국인을 겨냥해 간첩죄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중국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중국어로 선거유세를 했다며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중국어로 연설을 하면 되겠냐. 나라가 중국의 식민지가 돼서는 안 되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도 한국으로 귀화했다면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고, 국적이 있으면 투표권이 있는 것이 당연하며, 해당 국가 출신 이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맞춤형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보편적인데도 그랬다.
공인이 공론장에서 특정 소수자 집단을 배제하거나 악마화하면 혐오표현이나 차별이 사회적으로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실제 차별과 폭력, 혐오범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혐오 선동이 물리적 폭력으로 넘어가는 임계점은 이미 지난 듯해서 우려스럽다. 지난겨울 내내 몇몇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소리를 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 양꼬치 거리를 찾아가 혐중 발언과 욕설을 쏟아낸 ‘청년’들도 있었다. 일부 극우단체는 부정선거를 잡겠다며 중국 출신 이주자가 많이 사는 지역의 투표소에 몰려가 투표하고 나오는 시민들을 붙잡고 한국어를 해보라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1순위 과제인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은 혐오와 차별을 종식하는 일과 무관치 않다. 내란 사태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는 여성혐오에 기반해 집권했다. 불법계엄 사태의 핵심 지지층은 지난 수십년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으로 세를 불려오다가 이번에는 중국인 혐오 정서에 편승했다. 여성과 성소수자, 외국인을 혐오한 세력이 합작한 사태가 지난겨울 불법계엄과 6개월간의 혼란이었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내란과 내란이 만든 분열을 종식하는 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 널린 혐오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물리는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혐오를 장난이나 유머로 쉽게 소비하지 않도록 평등과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도입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빠르게 합의를 위한 절차도 추진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은 유능함의 지표이고 분열은 무능의 결과다”라고 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가르고 혐오를 심는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유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진정한 의미의 통합에 성공하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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