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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여의도’ 넘나드는 우상호···정무수석 존재감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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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7-01 11:09 조회 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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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하루에도 몇 차례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을 오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특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끊어졌던 정치를 복원하는 가교로서 정무수석의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하루 우 수석의 동선만 봐도 여의도를 제 집 드나들 듯했다. 이날은 오전 10시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이 있었다. 이 대통령을 수행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회를 찾은 우 수석은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 배석했다.
우 수석은 오후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원내지도부와 정무수석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우 수석은 “실제로 상임위 간사, 수석부대표, 정책위 등 일하는 주축은 재선의원”이라며 “재선의원들에게 국회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재선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의 초기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고 어떻게 계획을 짜 돌아가고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왔다”며 “소통 통로로서 열심히 역할 하겠다”고 했다.
우 수석은 또 “예전에는 대통령실에서 ‘이것 좀 해주십시오’라고 하면 (여당이 그대로 따르는) 거수기라는 표현이 있었다”면서 “그런 문화를 없애겠다. 당의 의사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준헌 의원이 간담회 후 전했다.
또 저녁에는 비이재명(비명)계 모임으로 불리는 ‘초일회’에 속해 있는 10여명의 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만찬은 우 수석이 열흘여 전쯤 여당 내 22대 총선 낙천·낙선자 모임인 초일회에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는 초일회 소속인 신동근·양기대·윤영찬·정춘숙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만찬에 참여한 한 전직 의원은 “예전에야 이런저런 (당내) 갈등이 있었지만 정리가 됐고, 대선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데 대해 정무수석이 (감사 표시로) 밥과 술을 한번 같이 먹는 것”이라며 “우상호 선배가 여러 사람하고 두루두루 다 좋고 이해하는 폭이 넓기 때문에 서로 격려도 하고 회포도 풀고 이런 걸 한 것”이라고 했다.
양기대 전 의원은 만찬 후 기자들에게 “전직 의원들은 그동안 가슴에 담아둔 여러가지를 정말 가감없이 전했고 우 수석도 깊게 경청하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우 수석은 “앞으로도 자주 좀 소통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면서 (대통령실에) 전달할 것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양 전 의원은 전했다.
우 수석은 ‘소방수’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깜짝 인사’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생기자, 그는 곧바로 국회를 찾았다. 우 수석은 지난 24일 국회를 찾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약 50분간 면담했다.
우 수석은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인선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송 장관)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송 장관은 24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농업4법에 대해 과거 ‘농망법’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절실함이 거친 표현으로 된 데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송 장관은 27일 열릴 예정인 민주당 소속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과의 당정협의에서 농업 4법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우 수석은 지난 8일 임명됐다. 당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우 수석에 대해 “오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합리성, 뛰어난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사”라며 “여야를 초월한 소통은 물론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임명 이틀 후인 지난 10일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당시 민주당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차례로 예방했다. 지난 11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를 찾아갔고, 지난 12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방문했다.
우 수석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 일정을 직접 브리핑했다. 또 지난 22일 회동 후 결과 브리핑도 했다. 우 수석은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해 민주당의 ‘입’으로 불렸다.
여권 내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면을 넓히는 우 수석의 광폭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당 대변인 생활을 오래 한 정치 이력과 그간의 관록이 정무수석 자리를 맡아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이재명 정부 인사 중 우 수석 발탁이 가장 잘 한 인사라고 생각한다”며 “타협하고 양보하는 본연의 정치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올해 초 Max(구 HBO Max)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더 피트(The Pitt)>의 15개 회차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의 시각이 1시간 단위로 붙어 있습니다. ‘오전 7:00, 오전 8:00, 오전 9:00···오후 8:00, 오후 9:00’. 이렇게 말입니다.
지나치게 건조한 제목 짓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청을 시작하면 그 이유를 이해할 겁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대형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정직하게도 교대 근무로 15시간씩 근무하는 응급실 의사들의 하루를 통으로 보여주거든요.
원테이크 촬영은 아니지만 각 회차가 45분~1시간으로 현실 1시간에 가까워서 보고 있자면 이 병원으로 주인공들이 출근을 한 건지, 내가 출근한 건지 분간이 안 될 지경입니다. ‘타인의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흥미로운 체험이겠죠. ‘대체··· 왜 이렇게 하루가 긴가. 아직도 오전이라고?’ 싶긴 하지만 말입니다.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아 더 현실의 응급실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독특한 형식에 걸맞게 도입이 친절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매일 다니는 직장에서 우리가 대뜸 자기소개를 하지 않듯, <더 피트>의 의사·간호사들은 아침에 간단히 눈인사하고 바쁘게 제 할 일을 합니다. 화장실을 갈 틈이 없을 정도로요. 시청자는 정신 없이 바쁜 와중 그들이 나누는 짤막한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성을 차츰 알게 됩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날은 그냥 보통의 하루는 아닙니다. 이날은 응급실 책임자 로비 로비나비치(노아 와일)의 사수였던 선배 의사가 세상을 떠난 기일입니다. 스승을 살리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로 기일이 돌아오면 연차를 냈던 로비나비치가 4년만에 쉬지 않고 정상 출근한 기일이기도 하죠. 그의 앞과 뒤에서 직원들은 묻습니다. ‘진짜 괜찮은 거 맞냐’고요.
하지만 걱정할 틈이 없습니다. 인턴과 레지던트가 새로 실습을 온 날이어서만은 아닙니다. 응급실은 중증 환자가 1시간에도 수십 명씩 들이닥치는 곳입니다. 화장실 갈 틈 없이 환자들을 계속 보건만, 대기실에는 6시간~12시간, 혹은 그보다도 길게 진을 치며 의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비나비치는 응급실을 드라마의 제목인 “피트”라고 부릅니다. 그 말에 병원 홍보 담당자는 기겁합니다. 병원이 위치한 ‘피츠버그’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구덩이’라는 뜻으로 응급실을 가리키는 속어 ‘pit’를 얘기한 거든요. “(환자들을) 돈 아끼려고 피트(pit)에 박아두는 거잖아요. 그게 직원 뽑는 것보다 싸니까.” 로비나비치의 신랄한 말에 병원 관계자는 “병상과 간호사 부족 문제는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응급실에 일할 사람이 부족한 건 비슷한가보다,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의 면면은 현재 미국의 사회 문제를 보여줍니다. 공부하기 위해 먹은 각성제가 알고 보니 마약이었거나, 아이가 아빠 주머니 속 대마 젤리를 먹고 쓰러졌거나, 총에 맞고 병원 앞에 버려지거나, 여성 혐오 범죄 우려가 있는 남성 청소년이 병원에서 도망치거나···. 갖가지의 사고들에 놀라 달려온 가족들은 때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연명의료중단을 희망했던 아버지의 인공호흡기를 정말 떼야 하는가 등의 문제 말이죠.
이 사연들은 하나하나 시간 내어 소개되지 않습니다. 극은 2~3분에 한 번씩 환자를 바꿔 살펴야 하는 의사들의 템포에 맞춰 흘러갑니다. 의사들은 응급 환자를 시술하고, 다른 환자를 찾아 들여다봤다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다른 환자의 가족을 찾아 또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짧은 대화와 상호작용에서 놀랍게도 각 의사들의 성격과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더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응급실을 배경으로 시즌15까지 방영됐던 의학 드라마 (1994~2009)의 핵심 제작진과 배우가 다시 뭉친 작품이기도 합니다. <더 피트>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주인공 로비나비치를 연기한 노아 와일은 에서 닥터 존 카터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더 피트>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응급실의 모습과 의료진의 트라우마 등 묘사의 현실성으로 호평을 얻으며 미국에서 큰 흥행을 거뒀습니다. 미국에서는 내년 1월 시즌2의 방영이 확정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즌1을 OTT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긴박성 지수 ★★★★★ 눈을 돌리면 또 새로운 응급 환자가 들어오고 있다
시간의 상대성 지수 ★★★★★ 하루가 길어도 너무 길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전 대법관(왼쪽 사진)을 지명하고, 헌법재판관에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오른쪽)를 내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강 비서실장은 김 헌재소장 지명자에 대해 “헌재 헌법연구관과 대법관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헌법과 법률 이론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해석에 통찰력을 더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오 헌법재판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판사”라며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탁월한 법관으로 헌재의 판단에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 퇴임한 문형배·이미선 전 재판관의 후임이다. 강 비서실장은 “위험 수위에 달했던 헌재 흔들기를 끝내고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독립성을 더욱 높이려는 인사”라며 “이번 인사는 헌재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우리 국민이 만든 위대한 빛의 혁명은 오직 헌법정신에 근거한 것이고 이제 더 좋은 헌법 해석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이 우리 헌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강 비서실장이 전했다.
국세청장 임광현, 국방차관 이두희, 복지1차관 이스란
당초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됐던 이승엽 변호사는 “본인이 고사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 재판에 변호인으로 활동해 헌법재판관 적격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세청장을 비롯한 차관급 6명의 인선도 발표됐다. 국세청장에는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강 비서실장은 임 내정자를 두고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조세행정 전문가”라며 “국회 기획재정위 활동을 통해 더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공정한 조세 행정과 납세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지만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임 내정자가 최종 임명되면 현직 의원 출신 첫 국세청장이 된다.
국방부 차관에는 이두희 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사령관이, 보건복지부 1차관에는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임명됐다. 각각 “야전과 정책 부서를 두루 거친 국방 전문가” “대표적 연금 전문가”라는 점이 발탁 배경이라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환경부 차관에는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이,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권창준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는 남동일 공정위 상임위원이 임명됐다. 국세청장직을 제외하고 이날 임명된 5명의 차관급 인선은 각 부처에서 경험이 풍부한 내부 인사가 기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가 지난 28일부터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대출 규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실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결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시행에 들어간 대출 규제 정책을 두고 29일에도 관련 논평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의 6·27 가계 대출 규제 발표 당일인 지난 27일 “대통령실은 부처의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후 ‘로 키’ 접근을 이어간 것이다.
원론적 메시지 역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6·27 가계 대출 규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대책이 아니다”라며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뒤 2시간 만에 나왔다. 대통령실과 무관하게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만든 대책으로 오인받을 상황이 되자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바로잡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됐다.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만큼 이 대통령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게 관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강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통령실로) 보고가 특별히 없었다”고 했지만, 이후 대통령실 측에서는 이에 대해 “국무회의 등에서 정식 안건으로 보고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이 말을 아끼는 데는 정무·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가 집값 급등이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할 경우 역대 진보 정권의 정책 실패와 정치적 패착 사례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당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전면에서 정책을 발표하거나 앞장설 경우 마치 이것이 이재명 정부 전체에서 정밀한 조율을 거쳐 나온 정책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실의 부동산 대책 ‘거리 두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 공세는 가팔라지고 있는 데다, 정책 성패가 결국은 대통령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새 정부의 경제·산업 핵심 관료들이 얼개를 드러냈다. 예산, 인공지능(AI), 기업 경영 등에서 전문성과 지도력을 갖춘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냈다. 예산 전문가인 그는 대표적인 재정 확장론자다. 장관 지명 뒤 기자들과 만나 “중장기 재정건전성은 유지해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써야 하고, 예산·재정은 성과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 내정자는 AI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책자를 내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발전설비 전문기업 두산에너빌리티 김정관 사장이 발탁됐다. 김 내정자는 2018년부터 두산에서 리서치·마케팅 분야 임원으로 활동했고, 그 전엔 기재부에서 경제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종합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만 실물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13조원대 1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도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이 두 달째 뒷걸음쳤고, 설비투자도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구 내정자가 경제 사령탑이 되면 타성에 젖어 있는 기재부부터 일신하고, 국가의 재정 확장 기조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당면 과제는 새 정부가 마련한 30조원 규모 추경의 신속한 집행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2차 추경 편성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살려 내수 진작과 민생 구제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국가 성장동력인 AI 전략 수립도 구 내정자를 비롯한 새 경제팀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통령실 AI미래수석 자리에도 민간 AI 전문가를 앉혔다. 산업부 수장에 에너지기업 대표를 지명한 것도 AI 전력 인프라 구축과 관련이 있다. 새 경제팀은 이 대통령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100조원 투자’를 위한 재원부터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AI를 적극 도입해 잘 활용하면, 총요소생산성이 1.1~3.2% 개선되고 국내총생산(GDP)도 4.2~12.6%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와 민생이 누란의 위기에 놓인 지 오래다. 저성장·양극화·기후위기·보호무역 등 어느 때보다 복합적·구조적인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덮치고 있다. 새 경제팀엔 추경과 AI라는 무기가 주어졌다. 추경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AI가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낳도록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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