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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음악은 제 삶의 악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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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25 23:13 조회 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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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 곁에 묵묵히 함께색으로 몸으로 악보 외우고 익혀임기제 공무원으로 당당한 첫발
“아들이 웃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20년을 함께 울고 웃어온 어머니의 말이다. 지난 19일 전주시 덕진구 전주학생교육문화관 예능관. 검은 연주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청년이 오케스트라 단원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섰다. 바이올린에 얹은 손끝은 다소 긴장돼 있었지만,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플루트와 첼로, 피아노가 이어지고, 음악은 곧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무대에 오른 이는 발달장애 2급 진단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성민씨(28). 여섯 살까지 언어 소통이 어려웠고, 악보를 읽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연주는 깊고 단단한 울림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곁엔 늘 어머니 장인숙씨(65)가 있었다. 성악가 출신인 장씨는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아들의 장애 판정 이후 ‘아들만의 지휘자’가 됐다. “음악으로 아들을 세상과 이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씨는 타고난 음감에도 시각 인지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악보를 보는 데 제한이 있었다. 장씨는 계이름을 색으로 가르치고, 곡의 구조를 몸으로 익히게 했다. 곡 하나를 외우는 데 열흘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둘은 멈추지 않았다. 장씨는 “아들의 음악은 곧 제 삶의 악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여덟 살에 첫 무대에 오른 이후 국내외 공연에서 꾸준히 연주를 이어왔다. 2022년에는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폐막공연에 바이올린 독주자로 서기도 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어머니는 늘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함께했다.
이날 전북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장애 예술인을 공무원으로 직접 고용해 ‘장애 예술인 고용’이라는 제도적 모델을 제시한 의미 있는 시도다.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 3명, 비올라·첼로·플루트·클라리넷·피아노 각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음악을 전공한 단원들로, 주 5일 합주와 공연을 병행하며 4대 보험 등 공무원 복지 혜택도 누린다.
이는 김씨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그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정식 채용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단원이 되기 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북지사에서 8주간 맞춤형 직무 훈련을 받았고, 현재는 주 25시간 근무하며 전북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을 찾아 순회공연 중이다. 전용 연습실도 마련됐다. 임용 기간은 2년이다.
장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월급을 받고 누군가와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이제는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조금은 안심도 된다”고 했다. 곁에서 어머니의 말을 조용히 듣던 김씨는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연주를 듣고 기분 좋아지면, 그걸로 됐어요.”
음악은 이들 모자에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이자, 서로를 지탱해온 언어였다. 그리고 지금, 김씨의 연주는 한 사람의 꿈을 넘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울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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