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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공룡의 멸종, 과연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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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21 00:07 조회 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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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날은 6월1일이다. 그런데 국제 공룡의날은 5월 셋째 주 화요일이다. 둘 다 기원이 그리 오래되진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명확한 이유 없이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5월의 기념일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어느 선생님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을 과학과 공룡 탐구에 빠져들게 하려고 만들었다고 한다. 공룡사랑단의 세를 키우려는 건전하고도 야심만만한 속셈이 엿보인다.
6월 기념일의 유래는 더욱 우연하다. 미로찾기 그림 작가인 조 워스는 6월1일에 블로그에 공룡 모양 미로를 올렸다. 국제 공룡의날은 지났으므로 그는 ‘공룡의날! 축하’라고 썼다. 이후 인터넷에서 공룡의날을 검색하면 6월1일이 나오게 됐고, 자연히 인식이 굳어졌다. 세계 곳곳에서 공룡을 기념하게 된 것이다.
공룡의날이 둘이라도 문제는 없다. 기념할 기회가 둘로 늘어났으니 더욱더 좋은 일이다. 한국 국립중앙과학관의 경우 몇년째 6월1일에 맞춰 행사를 개최했다. 마침 올해는 공룡 연구가 200주년을 맞이했고, 올해의 ‘공룡덕후박람회’는 아주 화려했다. 국내에서 공룡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 (‘어릴 땐 좋아했죠’를 빼고) 어쩌면 한 줌이라 해도 그곳에서는 확실히 절대다수였다.
‘공통령’ 선거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과학관은 진짜 선거처럼 각 후보 공룡의 공식 포스터를 제작했다.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는 그린공존당 소속으로, ‘지구 온난화 대응 공룡 기후회의’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공룡보안전선당 후보로서 군사력과 질서를 강조했다.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높은 곳에서 두루 본다는 자세를 취했다. ‘멸종위기종 재생 프로그램’ ‘높이 차별 금지법’ 등이 생명복지연합당 소속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공약이었다. 이번 선거를 위해 과학관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제 사용하는 물건을 빌렸다고 한다. 어른들은 익숙하게 기표소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종종 기표소에 한참 머물렀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심하는 듯했다.
솔직히 가장 인지도가 높은 티라노가 공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득표율은 놀랍게도 꽤 접전이었다. 비교적 덜 유명한 공룡에게도 다 지지자가 있었다. 박람회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점착식 메모지에 소원을 빌었다. 다양한 소원 사이사이에 ‘멸종’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보였다. 멸종, 맞다. 공룡은 조류를 제외하면 이미 사라졌다. 공통령 이야기는 우리끼리 하는 놀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념’에는 적절하게 어울리는 이벤트였다.
기념은 기록하고(記) 생각하며(念) 잊지 않는 일이다. 이젠 없지만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거나, 지금 당장 존재하고 있는데 경시되는 것이 기념할 대상으로 정해진다. 다시 말해 기념은 존재를 되새기고 또 바라보는 행위다. 보는 일에는 시간을 넘는 힘이 있다. 밤하늘의 별빛이 수십광년 전의 것이라도 보는 사람에게는 오늘 밤의 빛이다. 옛날에 나온 텍스트여도 읽기를 통하면 현재에 재생된다. 그리고 과거-현재를 이어보고 나면 현재-미래 역시 이을 수 있다. 오늘을 마치 과거처럼 미리 되돌아보는 것이다. 소원을 적은 메모지에도 공룡을 대신해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너도 멸종하지 않게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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