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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BJ 과즙세연 ‘베벌리힐스 사진’ 논란으로 본 온라인 성 산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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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4-08-20 03:18 조회 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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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돈 벌려고 벗방? 충혈된 카메라 렌즈 뒤 치밀한 착취 구조를 봐야
지난 한 주 온·오프라인을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하이브 의장 방시혁이 베벌리힐스를 거니는 모습이다. 영상을 캡처한 장면은 방시혁이 동반한 젊은 여성 2명 중 1명이 ‘과즙세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유명 BJ라서 화제가 되었다. 과즙세연이 소위 ‘벗방’(벗는 방송)이라고 칭하는, 수위 높은 노출과 성적 어필로 수익(별풍선)을 얻는 BJ였기에 이들의 조합은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자 하이브와 과즙세연은 (동행 중 다른 1명인) 과즙세연의 언니와 업무 차원에서 아는 사이고, 식당 예약을 도와주면서 동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과즙세연의 존재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방송 장면이나 여성 BJ들이 성인 방송을 진행하는 문화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발화와 반응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성 산업의 실태에 충격을 받거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인플루언서>의 공개와 함께 왜 ‘온라인에서 관심받는 여성’의 형상은 성적으로 물화한 육체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최근 들어 성 산업을 미디어에 노출하는 시도를 비판하는 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아래 은은하게 깔려 있는 정서가 아주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분출되기도 한다. 바로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비난하거나, 관음하거나, 소비하는 쾌락이다. 성 산업의 실태에 경악하고, 자신의 존엄성을 내팽개친 듯한 여성 BJ의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는 행위에는 명백한 즐거움이 있다. 이것은 인류의 오랜 스포츠이자 가부장제의 주요 통치 기술인 ‘성녀와 창녀 인스타 팔로워 구매 이분법’이 준 선물이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 ‘이상한 개인’을 격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쉽고 빠른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성 산업의 문제는 좀 더 다각적이고 섬세한 접근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도덕성 차원이나, 여성 피해자-남성 가해자의 단순 구도로 축소할 수 없는 요소들이 뒤엉켜 있는 까닭이다.
2020년 3월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1207화는 성인 방송이 기획과 공모를 통해 제작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회차의 제목은 ‘회장님 위의 회장님-벗방 카르텔의 진실’. 2020년 당시는 아직 성인 방송을 하는 여성 BJ들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활동하던 때인데, 그 마스크가 성인 방송을 한다는 일종의 ‘표식’ 역할을 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등과 함께 성인 방송 모니터링을 진행한 제작진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방송에서 수위 높은 노출을 하거나, BJ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포착한다. 그리고 제보와 인터뷰를 통해 여성 BJ들이 어떻게 온라인 성 산업의 타깃이 되는지, 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세력은 누구인지를 파헤친다. 소속사를 통해 방송에 데뷔하는 ‘기획형 BJ’들은 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한 젊은 여성들이다. 장비와 공간을 다 제공한다는 말에 방송을 시작하지만, 성인 방송이 아니고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지속적인 압박을 받다가 한 번이라도 노출을 하면, 녹화가 안 된다던 말과 달리 영상이 유출되고 ‘낙인’이 찍힌다. 한 번이라도 ‘몸을 판’ 여성, ‘감히’ 쉽게 돈을 벌려 한 여성, 그것도 ‘스스로’ 했기에 피해자성도 확보하지 못한 여성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자’로 분류된다.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이나, 부당 계약의 위약금 같은 문제가 여성을 옥죈다. 이들은 비슷비슷한 방에서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방송을 진행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며, 그 자리는 다시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진다.
이런 성인 방송의 시스템은 온라인 성 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몇시간에 수백만원, 한 달에 몇천만원. 그런데 애초에 그런 인식 자체가 짜고 치는 판이라면? 방송에서는 고액 후원자에게 금액별로 등급을 매기고, 최고 금액을 후원하면 ‘회장님’이라는 지위를 부여한다. 시청자들은 경쟁적으로 별풍선을 쏘고, 시청자 수는 올라가며, BJ는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는 대부분 소속사에서 기획한 일종의 ‘사재기’로, 시청자 수와 후원 금액을 뻥튀기하는 수법이다. 또한 소속사는 BJ의 라이브를 워터마크 없이 녹화해서 유출하는 방식을 공유하고, 서버를 넘나들며 영상을 퍼 나른다. 이를 소비하고 유포하는 대규모의 남성 시청자가 또한 카르텔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여성은 그러나 침묵할 수밖에 없다. BJ 활동을 했던 여성은 인터뷰에서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노출한 인스타 팔로워 구매 거니까’라며 자책한다. 촘촘한 기획과 자본이 개인을 포획하고, 대규모의 구매자가 그것을 소비하며, ‘그런 취급을 받아 마땅한’ 여성이기에 부당한 일을 겪어도 은폐되는 환경 속에서 온라인 성 산업은 팽창했다. 2024년 3월 <그것이 알고 싶다> 1390화는 남편의 강요로 성인 방송에 출연하고, 성관계 영상 등을 판매하다가 자살한 여성의 사례를 다뤘다. 아내 A씨를 온라인 성 산업의 도구로 착취한 남편은 큰 이익을 거두었고 아내가 사망한 뒤에도 영상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등 문제적인 행보를 일삼았다. 방송 시청자나 일부 지인은 고인이 된 A씨가 ‘좋아서 한 것이다’ ‘A씨의 의지였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자발적인가, 강제적인가. 온라인 성 산업은 전통적인 성 산업과 달리 포주의 존재나 감금 같은 극단적인 장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개인의 책임과 의지가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어떤 강제성도 없이 스스로 온라인 성 산업에 종사하게 된 여성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여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가난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적 있는가? 출근이요라는 농담이 모두의 공감을 사는 상황에서, 자발과 비자발을 규명하고 그에 따라 누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여성인지 아닌지 판명하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김주희의 책 <레이디 크레딧>(현실문화연구, 2020)은 성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여 성 산업이 ‘지하경제’가 아니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서 공적 경제와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것을 규명한다. 한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판매한 유흥업소 특화 대출상품, 대형 성매매 업소의 등장을 가속화하는 금융기법(Pooling·풀링)을 분석하며 성 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피고, 돈을 벌어 자유를 획득하려는 여성에게 의지와 담보물(육체)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전략을 묘파한다. 이렇게 금융화의 흐름을 타고 고도화·세분화된 성 산업에서, 자본의 명령은 포주와 나쁜 구매자 개인의 착취보다 합리적이고 세련되게 작동한다. 아무런 제한 없이 자본가와 금융회사가 대출을 제공한다는 것은 곧 몸을 담보 삼는다는 뜻이고, 채무 상환이 도덕 규범인 시대에서 자산이 없는 젊은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성 산업에 내몰린다. 김주희의 통찰은 더 이상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경험하는 경제적 문제가 포주, 구매자, 알선자와의 일대일 관계 안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착취(83쪽) 때문이 아니라 훨씬 더 거대하고 세밀한 영역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를 직면하기 위해서는 성 산업이 이용하는 ‘여대생’ 이미지에 ‘창녀가 아닌 여대생으로서’ 분노하기보다,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부채 경제와 성 산업이 여성 대학생을 손쉽게 타깃으로 삼는 구조에 집중하는 식의 관점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힘들다고 모두 성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가난한 여성에게 존엄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빛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어떤 형태로든 성적으로 순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여성을 비난하거나 낙인찍지 않을 수도 있다.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타자화하고, 그렇지 않은 삶을 신성시하는 순결 이데올로기는 결국 모든 여성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은폐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 걸>의 모미, n번방의 피해자, 오랫동안 전 남자친구에게 협박당했던 유명 유튜버는 ‘성적으로 흠잡힐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약점이 되어,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었다. 한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 여성과 경찰서에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을 지우게 하고, 액세서리를 빼게 하고, 가급적 ‘얌전한’ 옷을 입고 오도록 설득한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존중할 만한 여성을 판별하려는 시도는 온전한 피해자성을 요구하고 ‘피해자다움’을 기대하는 폭력으로 발현될 수 있다. 성 산업이나 착취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은 삶이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그 좋은 삶이 아닌, 또 다른 삶이 존재한다. 저마다의 복잡한 맥락 속에서, 소외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 취약한 여성을 노리는 거대한 올가미에 함께 대항할 수 있다. 저 여자는 더러우니 비난받아 마땅하고 너는 다르다는, 가부장제의 오랜 가스라이팅을 엎어 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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