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불침번 선 공로에 포상한다는 대구시···시민단체 “무리한 행정” 비판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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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 시절 강행한 ‘박정희 기념사업’의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포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박정희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등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며 포상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한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조만간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유공 민간인 포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상 규모는 민간인 2명과 기관 1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광역시장 명의로 수여된다.
‘민간인’의 경우 대구경찰청으로부터 추천받은 경찰관 2명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본청 및 시 산하기관을 제외한 포상 대상자를 민간인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기관 표창 대상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다. 공단은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야간 시간대 불침번 근무를 서거나 순찰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같은 포상 추진 이유을 두고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사업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추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 및 포상해 산업화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기념사업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에 기여한 공이 큰 자, 기념사업 추진에 적극 협조해 사업의 안정적 정착에 기여한 자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포상 규모를 확보하고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등 기념사업이 추진된 이후 경찰측에서 대구시에 포상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장 명의의 포상이 승진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행정 업무나 사업 등을 진행할 때 대구경찰청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종 축제나 선거, 청사 방호 등 시정 전반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만큼 이번에 포상 대상자로 정했다”고 말했다.
포상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인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떠맡은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에 대한 ‘보상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구경실련은 “홍 전 시장이 동대구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박정희 동상은 관련 기념사업 조례에서 정한 여론수렴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치한 조형물”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기념사업이라는 의미를 감안하더라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건립한 동상이지만 오히려 공무원의 불침번 근무 등이 주목받았고, 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면서 “대구시장의 포상을 악용하는 일인 만큼 즉각 계획을 취소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에 반발하며 사업 근거인 조례안 폐지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현재 시의회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에 회부돼 논의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포상은 대구시 사업 전반에 협조해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여러 사업 중 대표하는 의미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이라고 명시한 것뿐”이라며 “시의회에서 (조례 폐지안)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여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포상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