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동 칼럼]주한미군 감축, 피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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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14 04:10 조회 1회 댓글 0건본문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계엄으로 초래된 외교공백기에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미·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리더십 궐위 상태인 한국은 체스판의 말 신세였고, 한국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수사들이 난무했다. 일본의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지난 4월 한반도 해역과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보고, 모두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서자는 ‘원 시어터(One Theater·하나의 전역)’ 아이디어를 내놨다. 표현이 자극적이란 지적이 있자 인도·태평양 해역을 하나로 간주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션(OCEAN)’으로 수정했지만, ‘한국과 대만을 인계철선으로 묶자’는 핵심은 그대로다. 폭탄과 연결돼 건드리면 터지는 철선처럼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한국도 자동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만든 ‘인도·태평양’ 구상을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으로 채택해 재미를 보자 아예 지역 구상을 도맡겠다는 듯 움직인다. 이런 지정학 담론들은 19세기에 등장한 ‘그레이트 게임’(영·러의 유라시아 각축)이 21세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서 보듯 꽤 위력적이다. ‘대중 1열’에 서 있는 한국의 뒷줄에 앉은 일본이 한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도면을 멋대로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한국이 불참한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맹국들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기조에서 벗어나라며 한국을 겨냥했다. 동맹국의 경제 사정은 안중에 없는 발언이다. “한국은 일본·중국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지난달 발언도 귀를 의심케 한다. 한국을 대만해협 유사시 중국 본토 공격을 위한 미국의 전략자산에 빗댄 것인데, 아무리 비유법이라도 주한미군 수장이 할 말은 아니다. 리더십 공백 상태의 한국을 향해 ‘위협구’가 쏟아지던 지난 반년은 새 정부가 직면한 외교 현실이 그만큼 엄중함을 일깨운다.
한국은 중국에 인접한 분단국가이자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박정희의 수출입국 노선이 김대중 정부 이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견제를 위한 ‘아시아 회귀’로 한국에 북한 방어와 무관한 ‘사드’가 배치됐고, 중국이 보복하면서 지정학이 경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정체성을 아예 버리라는 겁박인데 고랑에 든 소처럼 양쪽 풀을 다 뜯지 않으면 한국은 버티기 어렵다. 2010년 센카쿠열도 중·일 충돌 이후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 비중이 여전히 크다. 차이를 무시하고 한·일을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미국의 관성은 미국 내 ‘저팬스쿨’이 한국 업무를 겸하며 생긴 폐단인데, 윤석열 정부를 경과하며 강화된 듯싶다. 이재명 정부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재명 외교의 최대 난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주한미군 협상이 될 것이다. 미국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세 가지 갈래이지만 목표는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을 ‘한국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4500명을 괌 등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언론에 흘리면서 한국 여론을 흔들고 있다. 대규모 주한미군 유지를 ‘디폴트’로 여겨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은 미국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현상 유지를 고집하면 방위비를 대폭 올려주거나, 대만 유사시 전쟁에 연루되면서 한·중 갈등이 극대화될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정부의 대미 실용외교는 한·미 동맹에 대한 낡은 인식과 결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예전 같은 동맹 체제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미국도 어느 정도 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감축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된다.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명분이 사라진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초래할 리스크도 낮출 수 있으나, ‘대만 유사시 미 공군이 한국 기지에서 출격’하는 문제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한국이 변화를 겁낼수록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질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오래된 ‘동맹 중독’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능동적인 안보 구상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기회이자 책무가 이재명 정부에 주어졌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만든 ‘인도·태평양’ 구상을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으로 채택해 재미를 보자 아예 지역 구상을 도맡겠다는 듯 움직인다. 이런 지정학 담론들은 19세기에 등장한 ‘그레이트 게임’(영·러의 유라시아 각축)이 21세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서 보듯 꽤 위력적이다. ‘대중 1열’에 서 있는 한국의 뒷줄에 앉은 일본이 한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도면을 멋대로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한국이 불참한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맹국들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기조에서 벗어나라며 한국을 겨냥했다. 동맹국의 경제 사정은 안중에 없는 발언이다. “한국은 일본·중국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지난달 발언도 귀를 의심케 한다. 한국을 대만해협 유사시 중국 본토 공격을 위한 미국의 전략자산에 빗댄 것인데, 아무리 비유법이라도 주한미군 수장이 할 말은 아니다. 리더십 공백 상태의 한국을 향해 ‘위협구’가 쏟아지던 지난 반년은 새 정부가 직면한 외교 현실이 그만큼 엄중함을 일깨운다.
한국은 중국에 인접한 분단국가이자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박정희의 수출입국 노선이 김대중 정부 이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견제를 위한 ‘아시아 회귀’로 한국에 북한 방어와 무관한 ‘사드’가 배치됐고, 중국이 보복하면서 지정학이 경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정체성을 아예 버리라는 겁박인데 고랑에 든 소처럼 양쪽 풀을 다 뜯지 않으면 한국은 버티기 어렵다. 2010년 센카쿠열도 중·일 충돌 이후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 비중이 여전히 크다. 차이를 무시하고 한·일을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미국의 관성은 미국 내 ‘저팬스쿨’이 한국 업무를 겸하며 생긴 폐단인데, 윤석열 정부를 경과하며 강화된 듯싶다. 이재명 정부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재명 외교의 최대 난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주한미군 협상이 될 것이다. 미국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세 가지 갈래이지만 목표는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을 ‘한국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2만8500명 중 4500명을 괌 등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언론에 흘리면서 한국 여론을 흔들고 있다. 대규모 주한미군 유지를 ‘디폴트’로 여겨온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은 미국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현상 유지를 고집하면 방위비를 대폭 올려주거나, 대만 유사시 전쟁에 연루되면서 한·중 갈등이 극대화될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정부의 대미 실용외교는 한·미 동맹에 대한 낡은 인식과 결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예전 같은 동맹 체제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미국도 어느 정도 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감축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된다.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명분이 사라진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초래할 리스크도 낮출 수 있으나, ‘대만 유사시 미 공군이 한국 기지에서 출격’하는 문제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한국이 변화를 겁낼수록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질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오래된 ‘동맹 중독’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능동적인 안보 구상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기회이자 책무가 이재명 정부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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