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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공장의 비상구는 정규직들만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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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4-08-26 07:28 조회 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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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의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파견’ 의혹을 수사한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 맞다고 판단했다. 사망자 중 20명은 외부 인력업체 메이셀(한신다이아)를 통해 불법파견돼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관계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운경 노동부 경기지청장은 23일 경기도 화성시 서부경찰서에서 수사 현황 브리핑을 열어 아리셀은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자로부터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 역무를 제공받았다며 메이셀은 (불법파견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아리셀과 메이셀이 서면 도급계약서를 쓰는 등 형식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인 계약 체결 경위나 업무지휘 관계 등을 보면 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파견이 파견허가가 없는 메이셀에 의해,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대해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사망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검수·포장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소방교육이나 안전교육이 전혀 없었고, 노동자들은 리튬 배터리 제조공정 중 화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출입카드도 받지 못했다. 김 단장은 비상구는 누구든지 상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서 비상구를 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비상구가 기능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재 당시 탈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비상구 위치도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아리셀이 작업장에 가벽을 세우는 불법 구조변경을 해 대피가 더 어려워진 점, 이번 사고 이전에 발생한 산재를 은폐한 점도 드러났다. 노동부는 아리셀과 메이셀 관계자들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노동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 메이셀 실경영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박 본부장과 아리셀 안전보건관리담당자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동계는 제조업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근인은 이주노동자 중간착취, 불법파견에 있다며 당국은 불법 온상이 드러난 만큼 참사의 문제를 아리셀에 국한하지 말고,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전체에 노동안전보건 체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이 메이셀의 전신인 한신다이아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았다는 의혹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지청장은 정황은 확인했지만 아직은 아리셀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후에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브리핑 이후 노동부는 아리셀처럼 인력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다는 정황을 알고 인스타 팔로워 근로감독을 검토하고 있지만, 에스코넥에 대해 조사한 것이나 논의·결정한 것은 없다며 에스코넥 대상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 에스코넥과 아리셀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박 대표와 박 본부장, 에스코넥이 아리셀의 지분을 96% 소유한 실질적 지배관계, 에스코넥이 아리셀이 생산한 상품으로 영업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 브리핑은 진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경찰과 노동부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이후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잘 판단하라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화성 참사’를 수사한 인스타 팔로워 경찰과 합동 브리핑을 했습니다. 통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노동관계법(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법·파견법 등) 수사는 노동부가, 형법(업무상과실치사 등) 관련 수사는 경찰이 담당합니다. 구체적인 경찰 수사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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