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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정혜가 아직 옥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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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주임 작성일 25-06-18 10:41 조회 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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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끝났고 박정혜는 여전히 526일째 옥상에 있다. 소년공 출신인 분이 대통령이 되면 그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은 간절했다. 아직은 어떤 희망도 막연할 뿐, 명확한 건 옥상 온도가 40도를 넘었다는 사실뿐이다. 누구보다 대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린 박정혜는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이루었다고 했다.
불탄 공장의 어둡고 음산한 그곳에서 홀로 박정혜는 무슨 상상을 했을까. 아마도 513일 만에 가장 크고 구체적인 희망을 그리지 않았을까.
고공에선 시간이 참 안 간다. 총으로 빵 쏴서 터뜨려버리고 싶은 여름의 잔인한 태양. 땀 나는 게 무서워 어떻게든 움직임을 줄여보지만, 어느새 땀은 줄줄 흐르고 몸에서 나는 쉰내가 온종일 따라다녀 모든 게 무력해질 뿐이다. 펄펄 끓는 해를 피할 데가 없는 곳. 온몸에 곰팡이가 펴 썩는 것 같은 기나긴 여름.
“덥다” 하다가도 박정혜 생각에 못할 말이라도 한 것처럼 말끝이 흐려지던 지난 주말, 한국옵티칼에 연대하는 2030 청년들과 영남권 열사묘역이 있는 솥발산에 다녀왔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85크레인 위에서 목을 맸던 2003년에 태어난 친구도 있었다.
내가 한진중공업에 37년 만에 복직하면서 가진 바람 중 하나가 청년들이 나를 몰랐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 나라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탄압해왔는지,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셨어요’란 질문에 박창수·김주익·곽재규·최강서를 말하다 왜 목이 메는지, 그 길고 험난한 사연들을 몰라야 할 만큼 이들의 삶은 안락하고 윤택해서 내 눈물을 이해할 수 없기를 바랐다.
근데 다 안다. 박창수도 김주익도 다 안다. 23세 나이에 자신의 왼쪽 팔뚝에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권미경이다”라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투신한 권미경까지. 김주익이 왜 크레인에 올라갔는지, 왜 목을 매야 했는지를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20~30년 전 노동자들의 삶과 자신들의 삶이 다르지 않으니까. 시작부터 비정규직이고, 6개월 혹은 길어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해고자도 아닌 실업자의 삶을 되풀이하는 청년들.
그들은 박정혜와 연대하기 위해 구미에서 국회까지 희망뚜벅이도 하고, 박정혜에게 가는 희망버스도 타고, 지금도 틈만 나면 구미에 간다. 박정혜를 내려오게 하려고 친구나 가족들에게 국회 청원 동의 서명도 받고, 집회나 행사가 있으면 청원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 돌리기도 하고, 매시간 숫자가 얼마큼 늘어났는지 확인하며 애를 태우기도 한다.
대선이 끝난 후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재는 나의 가늠자는 박정혜·고진수·김형수다. 각자의 사연과 요구를 걸고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 이들의 요구는 현재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현실 그대로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물량을 자회사로 빼돌리고 3년째 어떤 교섭에도 응하지 않는 기업 니토덴코를 국회 청문회에라도 세워보자고 국회 청원을 시작했다. 이준석 제명 청원이 삽시간에 40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망연히 부러울 정도로 더디다.
세상에 나쁜 놈은 많다. 한국에서 세금도 안 내고 공짜 땅에서 수천억을 벌어 일본으로 가져갔으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한 니토덴코도 거악이다. 국회 청원 5만명을 꼭 채워주시라. 3분의 연대로 박정혜가 집으로 돌아가 시원하게 샤워하고 친구도 만나고 뽀송뽀송한 옷 입고 바람 소리 없는 집에서 가위눌리지 않고 잘 수 있게 힘을 보태주시라. 부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청문회 개최에 관한 국회 청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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